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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al Story/CUBA

[계획없이 떠난 여행]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를 가다 - 1편

아침
어제 늦게 잠이 들었지만 여행지에서의 첫째날이라는 긴장감 때문인지 일찍 잠에서 깨었다. 호텔 여행에서 늘 하던 버릇대로 커튼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보니 호텔 뒷편 풀장과 잘 꾸며진 아기자기한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풀장에 사람은 없고 간간히 영업준비로 분주한 호텔직원들만이 보일 뿐......
3월의 훈훈한 바람속에 약간의 한기가 느껴져 온다.
풀장 끝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철창이 쳐있고 그 너머로 백사장과 짙푸른 카리브해가 보인다. 바다의 푸른빛은 하늘에서 온다고 했던가?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서 바다색이 더 짙어 보인다.
쿠바는 지난10년 동안 관광산업에 많은 투자를 해서 카리브해지역 관광시장 점유율을 3배나 높였다고 한다. 처음에 선입견으로 낡은 호텔을 상상했던 나로서는 놀랍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호텔 뒷편의 잘 정돈된 풀장.
 'ㄷ'형태로 된 호텔건물이 야외풀장을 감싸고 있어서 넓지만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3월초라서 아직은 물이 너무 차가웠다


 
호텔 뒷편으로 보이는 짙푸른 카리브해

 
호텔로비


출발
간단히 커피를 한잔 내려서 마시고 귀중품과 도보 여행중 필요한 것들을 대충 챙겨서 호텔룸을 나서니 이미 오전 시간이 절반 이상 지나가 있었다.(호텔 룸에는 귀중품을 남겨두지 않은것이 좋고 가방은 열쇠로 채워 둘 것) 호텔에서는 Habana centre라고 부르는 Old Habana근처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Habana centre까지 15~20분 소요)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 시각까지 한꺼번에 예약을 해야 했다. '예약하지 않으면 태워주지 않으려나?' 라는 생각이 첫날 버스 사태(프롤로그 편을 읽어주세요)와 맞물려 약간의 긴장을 유발시켰다.
호텔은 New Habana라고 불리우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주변은 대형 호텔들과 깔끔한 집들 그리고 대형 마트까지 있어서 안전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지역은 러시아 대사관을 비롯해 각국의 대사관과 공관들이 위치해 있는듯했으며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옷차림이나 행동이 있어보여서(?) 특권계층이나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상은 알수 없지만...)

호텔 정문에서 바라 본 모습.
쿠바에서는 한국차를 다수 볼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이상한 건물은 러시아 대사관이다.



꼭 필요한 준비물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꼭 휴대해야 할 물건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준비를 하지 못한 경우 현지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하면 되고 그럴경우 약간의 금전적인 지출이 동반되는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쿠바에서는 그런 일반론(?)이 첫날 부터 어긋나고 있었다.
Habana centre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뒤 눈에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들 - 낡은 건물들, 우뚝 솟은 동상, 짙푸른 바다 그리고 푸른하늘 등 - 을 느낄새도없이 가벼운 허기와 갈증이 밀려왔다. 3월이라고는 하지만 따가운 햇살과 기온은 땀을 나게하고 더불어 갈증을 쉽게 일으켰다.
가이드 책자 한권도 없고 변변한 정보하나 없이 쿠바에 온 나로서는 난감했지만 근 십여년동안의 외국생활 덕분인지 타국에서 겪는 낮설음은 나에게 오히려 흥미를 유발시켜주는 촉매제가 되어주었고 외국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것 또한 나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우선은 가까운 곳에 보이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갈증과 허기와 화장실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결정하기로 했다.
식당에서 음식 두 가지와 물 한병을 주문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는데 가장 문제점은 역시 '물'이었다. 낮시간 동안 적어도 1리터의 물을 마셔야 도보로 원활하게 여행이 가능한데 현지에서는 모든 식수를 사먹어야만 하니 '어디에서 물을 살 것이며' '얼마나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두 가지 문제가 걸림돌이 되었다. 관광객이 많이 돌아다니는 지역에는 반드시 상점이 있을테지만 가격이 비쌀테니 관광객이 많이 몰리지 않는 지역을 탐험(?)해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물을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쿠바에서 구입하지 않은 일반물(수도물?)을 마셨을 경우 외국인의 경우 대부분 설사를 겪는다고 한다. 만약을 대비해서 정로환 같은 설사약과 휴대용 정수기를 가지고 오면 도움이 될듯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
"즐기자"

보편적으로 사먹는 음식들은 간을 심하게 하는지 짠 편이다 그래서 더욱 물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메뉴판은 영어가 섞여있기도 하지만 주로 스페니쉬로 되어 있어서 음식 종류같은 스페니쉬 단어는 외워서 오는 것이 매우 좋을 듯 하다.
처음으로 사먹은 물

 
약간의 야채를 곁들인 새우요리
 예상외로 빈약해서 실망했다 게다가 야채는 어찌나 조금 나오는지. 대부분의 식당에서 야채는 부실하게 제공된다



쌀밥과 얇게 저민 감자튀김을 곁들인 닭 반마리 구이. 야채는 보이는 당근채와 향신채 한가닥 뿐


둘러보기
마시다 남은 물병을 들고 식당을 나선 뒤 주변을 둘러 보았다. 19세기까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역사가 말해 주 듯 낡은 중세 유럽의 한 부분을 떼어 논 듯한 풍경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유적지들이 스페니쉬로 설명이 되어 있고 풍경과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여행을 하다보니 사진속의 건물이나 조형물에 대한 정확한 명칭이나 유래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다 난 수학여행을 온것이 아니라 느끼기 위한 여행을 온 것이니까.
Habana centre 옆 광장에 있는 동상

 
Habana centre 옆 광장에 있는 기념 조형물. 바람에 휘날리는 쿠바국기가 나로하여금 쿠바에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Habana centre 근처 해안가의 요새의 흔적. 바다 건너편으로 Fortaleza(Fortress) de San Carlos de La Cabana가 보인다.

 
바다 건너 보이는 Fortaleza(Fortress) de San Carlos de La Cabana

 
Fortaleza(Fortress) de San Carlos de La Cabana


바다 그리고 삶
쿠바 땅에서 바라보는 카리브해는 말 그대로 망망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바다 풍경에서라면 상상할 수 있는 작은 배 한척도 지나지 않는다. 휴양지의 엷은 사파이어 빛 바다를 상상했던 나에게 카리브해는 그 깊이 만큼이나 깊은 푸른빛, 아니 검푸르다 못해 퍼런 빛을 안겨주고 있었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뻗은 길 위에서 카리브해를 향해 낚시대를 던지는 현지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낚시질이 삶이 아니라 여가를 위한 것이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아니라 카리브해와 쿠바가 써서 헤밍웨이에게 선물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적의 흔적에 부딛혀 흩어지는 카리브해의 짙은 파도


걷기와 기웃거리기

Old Havana는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다. 그 낡고 좁은 길과 오래된 유럽풍의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렇고 그 낡은 건물들 사이 사이 숨어 있는 수많은 상점, 기념관, 박물과, 학교, 식당이 그러하고 그들을 포용하는 공간감이 그렇다. 이런 신기함이 낯설음으로 다가오지않고 그 속에 있는 나를 부담없이 담아내는 것이 더욱 신기하다.
걷자!,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자. 그리고 낡은 건물 사이 사이를 기웃거리자
Habana Centre에 위치한 이정표. Old Habana 지역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볼거리를 찾기 쉽다.

 
낡은 건물 안쪽 막다른 벽에 숨어있던 오래된 벽 분수, 당장이라도 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많은 건물들의 내부는 천장이 개방되어 있어서 자연채광이 되며 카페나 식당 정원등으로 꾸며져 있다.


교훈
벤치에 앉아 걷기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쉬고 있을때 지나가던 현지인이 웃는 얼굴로 말을 건낸다. 스패니쉬를 모르는 나로서는 미소만 보내줄 뿐 대꾸를 해줄수 없다.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자 그냥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얼마후 초등학생정도로 보이는 현지인 여자아이가 지나가며 또 말을 걸어온다. 역시 웃음으로 댓구한다. 아이의 표정이 약간은 굳어지며 "Don't garbage"하며 지나간다. 그때서야 밴치 옆에 놓아둔 우리 짐(약간의 먹을 거리와 물병등이 들어 있던 비닐봉지)이 생각 났다. 아마도 땅위에 비닐봉지를 놓아두어서 혹시라도 쓰레기를 버리고 그냥 갈까봐 한마디 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낡고 냄새나는 길이라도 쓰레기 하나 볼수 없었다.
역시 교육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쿠바의 미래는 밝다.
현지인 아이들, 그들은 밝고 건강하고 똑똑하다.

 
Old Habana 곳곳에서 유럽풍의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낮에 뜬 반달이 반갑다.



혁명박물관 앞에서 잠을 자고 있는 멍멍이. 너는 어떤 혁명을 꿈꾸고 있느냐?

 
Old Habana에 낡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자주 오가는 길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많은 상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자주 사먹었던 Mate 음료. 많이 달지 않고 약간의 탄산이 함유되어 있어서 가볍게 마시기 좋았다. 맛은 엷은 우롱차 맛(?)

 
어둠이 내려오면 건물에 빛이 들어온다.


해지는 Habana. 벼룩시장도 폐점 분위기.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귀가
여행 첫날이라서 인지 아직은 길 찾는 것도 서툴고 맘만 급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몸이 너무 피곤하다. 정보도 없이 낮선 도시에서 밤길을 걸을만큼 나는 무모하지 않아서 일까?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내일은 또 어떤 Habana가 나를 기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