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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al Story/CUBA

[계획없이 떠난 여행]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를 가다 - 프롤로그

Old Habana(Centre of Old Habana 근처)의 모습. Old Habana는 이렇게 좁고 오래된 길과 건물들이 바둑판처럼 얽혀있다.

급한 결정
살을 도려내는 듯한 겨울 추위가 계속되던 2월 어느날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던 나는 누군가의 추천으로 쿠바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7일짜리 호텔 팩키지 여행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팩키지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토론토와 쿠바 바라데로 사이의 왕복항공권 그리고 바라데로와 아바나 사이의 왕복버스 교통편, 6박 7일간의 호텔 숙박이 전부인 팩키지였다. 숙식이 포함되지 않은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관광지에서는 현지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라는 생각에 그냥 예약을 하게 된다. 반면 바라데로에 위치한 호텔팩키지에는 호화로운 호텔뷔페식이 포함되어 있었지만(이미 다녀온 사람의 정보에 의하면 푸짐한 해산물 뷔페가 제공된다고 한다) 아바나와 바라데로의 거리가 버스로 한시간 정도 걸려서 뚜벅이 여행을 즐기는 나로서는 아바나에 위치한 호텔팩키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빈약한 정보
급하게 쿠바여행을 결정했지만 사실 쿠바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체게바라와 사회주의 혁명, 피델 카스트로, 공산주의, 쿠바 Cigar 정도 밖에는 없었고 십수년의 공교육을 통해 반공 교육에 찌들어 있는 나의 뇌는 공산주의라는 단어만 들어도 살짝 떨려오는 것이 사실이었다. 인터넷을 뒤져서 쿠바에서 사용 가능한 통화(돈)와 현지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역시 철저한 반공국가(?) 대한민국에서 쿠바에 대한 정보를 얻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국경이 없다는 인터넷에도 이데올로기와 정치논리에 의해 국경아닌 국경이 그어져 있음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실수
2009년 3월 4일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바라데로행 항공기를 타기위해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공항에 도착해서 보딩수속을 밟기위해 sunwing 항공사 수속데스크에 찾아 갔다. 그런데 보딩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모든 보딩수속은 이륙 한시간 전에 마감이 된다는 것이었다. 항공기가 이륙을 한 상태도 아니고 탑승게이트에 계류중임에도 담당직원은 서류를 다시해야 한다는 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보딩 수속을 거부했다. 그렇게 사정을 하다 해당 항공사의 매니저급 직원과 상의를 했으나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서 보딩이 힘들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추측컨데 처음 보딩 수속을 거부한 직원의 경우 일처리가 귀찮아서 수속을 거부했던 것이고 그 덕분에 시간이 지체되어서 보딩을 절대 할 수 없는 시간까지 흘러버린 것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7일간의 호텔 팩키지가 날아가는 것을 막기위해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다음날 표를 급하게 예약하고 출발을 미뤄야만 했다. 이로인해 6박 7일의 일정이 5박 6일이 되어버렸다.

출발과 도착 그리고 또 위기
어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아침 일찍부터 공항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은 후 무사히 보딩을 하고 짧은 비행끝에 저녁늦게 쿠바의 바라데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입국수속은 간단했지만 분위기는 감옥에서 출소하는 분위기랄까? 입국 심사대는 앞뒤로 막혀 있어서 한 사람씩만 들어갈 수 있는데다가(입국심사대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들어왔던 문이 자동으로 덜컥하고 닫히는 소리가 상당히 무섭게 들렸다) 입국심사를 하는 직원은 군복같은 유니폼을 입고 잡아먹을 듯한 표정에 미소라고는 한점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쿠바에 와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방의 버스터미널 정도로 작고 낡은 대합실을 빠져나와 주차장에서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를 확인한 순간 안도감이 밀려왔으나 그 순간은 잠시뿐 승객 리스트에 우리 이름이 없음 확인하자 온통 걱정에 휩싸였다.
'혹시 호텔 예약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호텔도 다시 예약을 해야 하는데, 방은 있을까? 비용은?'
'아바나의 호텔까지 어떻게 가야 할까?'
'택시는 비용이 얼마일까?'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 우선은 공항 대합실에 다시 들어가 캐나다 달러를 쿠바의 CUC(페소스 꼰베르띠블레스, '쎄우쎄'라고 읽는다.)로 환전한 뒤 버스에 돌아와 흥정을 했더니 다행히 빈자리가 있다고 한다. 사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쩔수 없이 한 명당 25CUC를 지불하고 버스에 올라 한시간 반 정도의 밤길을 달려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밤 11시가 넘었다. 공항과는 사뭇다른 분위기의 호텔에서는 여느 관광지에 있는 호텔처럼 많은 관광객과 화려한 불빛 그리고 즐거운 음악과 음식 냄새들이 가득했다. 피곤함인지 안도감인지 알수없는 몽롱함을 느끼며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룸에 입실 했다. 이렇게 쿠바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흥분과 걱정과 나른함과 함께......

내일은 어떤 모습의 쿠바를 볼 수 있을까?

New Habana에 위치한 Hotel Melia Habana. 바닥은 대리석 같은 석재로 되어있고 객실 내부는 상당히 넓고 깔끔하다. 전기는 110V 사용